
욱욱한 향기가 숲 속에 서렸다
라파엘라 이
Raphaella Yi
2026. 5. 19 - 5. 30
라파엘라 이 작가는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품고, 늘 시간이 부족한 일상 속에서도 잠을 줄여가며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입니다.
영감이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온통 작업 생각으로 가득한 작가에게 그것은 불현듯, 그러나 필연처럼 스며듭니다. 작가가 몸담은 환경 또한 작품 세계에 깊고 풍성한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 전시에서 김치와 배추를 소재로 작가의 내면을 담아냈다면, 이번 전시는 조금 다른 곳에서 시작됩니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찾은 동네 야산의 산책길—그 길 위에서 마음을 빼앗긴 식물과 꽃들, 계절의 결과 숲의 향기가 화면 가득 펼쳐집니다.
신이 나서, 기쁘게 완성해 나간 작품들에는 작가의 마음과 절절한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영롱한 색채의 향연은 찬란한 햇빛과 자유로운 붓질 위에서 평화롭고 생동감 있게 어우러지며, 보는 이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작은 설렘을 불러일으킵니다.
작가의 열정과 깊이가 고스란히 전이되어, 이 전시가 서로의 기쁨과 축복을 나누는 따뜻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욱욱한 향기가 숲 속에 서렸다.”
넝쿨 장미를 계속 작업하다가, 우연히 동네 책방에서 이효석이 1941년 8월에 조광이라는 잡지에 기고한 녹음의 향기 중에 장미라는 글을 만났다.
글 장미에서의 한 문장인 “욱욱한 향기가 숲 속에 서렸다.”를 개인전 제목과 전체 작품 이름으로 정하였다. 넝쿨 장미도 넝쿨 장미이려니와 무엇보다 욱욱한의 뜻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알아보니 ‘욱욱한’의 뜻은 사라진 이북 말로써 기세 좋게 일을 마구 밀고 나가다는 뜻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 모두 개성과 평양으로 이북 분들이시다. 그러므로 이효석의 욱욱한 향기가 숲 속에 서렸다는 문장은 나에게 귀환한 언어였다.

오랜 세월 엄마 간병으로 힘들고 지칠 때면 산책을 하곤 하였다. 숨을 쉬러 나가서 5월의 장미향을 코끝에 맡을 때면, 만사의 모든 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하였다. 그리하여 자연스레 넝쿨 장미를 작업하게 된 것이다. 새초롬하고 달콤하기까지 한 그 생생한 향을 어떻게 하면 선과 색과 형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2024년부터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관찰하며 작업하였다.
음악을 들으며 한 세션에 밑 드로잉 없이 캔버스에 바로 그날의 공기와 컨디션과 맞닥뜨리며, 내 자신을 집요하게 응시하며 그리기 시작했다. 땀을 흠뻑 흘리며. 내가 처한 상황에서의 실존적 용기와 의지가 캔버스와 롤 천위에 밀도와 압력으로 육화한 것이다.

While continuing to work on climbing roses, I happened upon a piece titled “Rose” in a neighborhood bookshop — an essay by Yi Hyo-seok, published in August 1941 in the literary magazine Jogwang, under the title “The Fragrance of Green Summer.”
From that essay, the line “A dense fragrance settled in the forest” became the title of this solo exhibition and the name given to all the works within it. It befitted the climbing roses, naturally — but more than that, the word “욱욱한” felt strangely familiar to me. Upon looking it up, I discovered it was a lost word from the Northern dialect, meaning to push forward with great momentum and vigor. Both of my parents are from the North — my mother from Pyongyang, my father from Gaeseong. And so Yi Hyo-seok’s sentence was, for me, a language that had found its way home.
For many years, when exhausted from the long caregiving of my mother, I would go out for a walk. Stepping outside to breathe, whenever the scent of May roses reached me, it was potent enough to set down every burden in the world. And so it was natural that I came to paint climbing roses. How to express that vivid scent — at once tangy and sweet — through line, color, and form: this became my sustained inquiry from 2024, through observation and work.
Listening to music, I began to paint — directly onto the canvas in a single session, without any preliminary drawing, confronting that day’s air and my condition, holding myself in attention. Drenched in sweat. The existential courage and tenacity demanded by my circumstances became incarnate in the canvas and the roll cloth, through density and pressure.

Raphaella Yi (라파엘라, 이)
덕성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http://www.instagram.com/raphaellayi
2022년 숨과 쉼, 스페이스 결
2020년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참여연대 1층 갤러리 통인
2019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갤러리 울림
2012년 나의 맨드라미, 월드 벤쳐 갤러리
2011년 인사 갤러리 동문 전
2009년 관훈 갤러리 운현궁애 동문 그룹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