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 Shadow
이혜연 사진전
2020. 12. 18 - 12. 24
건설 현장은 늘 스산하다.
이전 것을 걷어내는 철거 작업이나 새 것을 위한 가설 작업은 기본 계획에서의 멋진 투시도의 건물을 떠올리기 어렵다.
투시도에서 보여지는 내외부 마감재의 조화, 다양한 조명, 다채로운 가구들의 조합, 그리고 그 공간을 사용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들어가기 전까지의 작업은 매우 거칠고 고되며 외롭다. 움직이지 않는 매스를 만들기 위해 거대하고 복잡한 것들이 현장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하루하루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낸다. 춤을 추는 듯한 포크레인, 피팅룸 커튼 같은 비산막이 공사 가림막, 수직과 수평의 비계로 가득찬 가설 작업 등 비록 텍스츄어도 색채도 없는 삭막한 환경이지만 이러한 것들의 실루엣과 그림자는 현장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표현하며 매일 새로운 것들을 채우고 있다.
건설 현장은 또한 냉정하고 냉철하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자재들, 위험한 장비와 기구들, 시간과 돈과 안전이 최우선인 현장은 매우 계획적이고 이성적이며, 최고보다 최선의 선택이 요구된다. 그래서 건설 현장은 냉정해야 한다.
이렇듯 냉정한 이성과 냉철한 결정이 가득한 건설 현장은 멀리서 보면 수 많은 도면과 정보로 가득한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오페라와 같다. 들리는 건 장비들의 소음 뿐이지만 렌즈를 통해 본 건설 현장의 포크레인은 섬세한 팔 동작으로 춤을 추는 발레리나와 같고, 가로 세로 줄 지어 세워진 가설 작업의 비계들의 선들의 조화는 화음을 자랑하는 코러스와 같다. 곧 탄생할 멋진 건물을 위해 냉정함과 냉철함이 가득한 현장에서 오늘도 난 우아한 발레리나의 움직임과 아름다운 화음의 코러스를 렌즈에 담아 본다.
이혜연 Haeyeon Lee
2011 - 현재 Wonder(s)_Full (동덕아트갤러리, 2020년 11월) 등 개인전 총 13회
1994 - 현재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 창원 청소년 과학관, 문경 옛길 박물관 등 다수의 미술관, 전시관, 박물관 프로젝트의 디자인 및 공사 총괄
2011 -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시각&실내디자인학과 부교수
1994 - 2010 (주)중앙디자인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