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再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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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금전

2021. 10. 5 - 10. 18

About Exhibition

​전시 소개

본 전시는 민화, 텍스타일 디자인, 목공예, 도예, 천연염색, 직조 등 작가의 인생 전반에 걸친 다양한 장르의 집합체이다. 이번 전시는 일상에서 마주한 쓸모를 잃어가는 것들의 이야기이며, 작가만의 방식과 언어로 재생再生되는 과정을 담았다. 

再生[재:생] 

1. 낡거나 못쓰게 된 물건을 가공하여 다시 쓰게 함

2. 죽게 되었다가 되살아남

[1. 창문]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낡고 오래된 창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창문은 밖을 내다볼 수 있게 하고, 동시에 내부로부터 외부를 차단하는 건축적 장치이다. 작가에게 예술은 창문과 같다. 예술은 답답하고 막막한 현실 너머의 세계와 작가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을 때 작가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보호막이다.
쓸모가 없어진 창문을 다시 기름칠 하고, 여러 번 고쳐 다듬는 행위는 지치고 생채기 난 작가의 마음을 다듬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시 쓰임새가 생긴 창문의 너머에 자리한 세계가 작가에게 또 다른 관문인지, 신세계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앞에 놓여있는 길이 무엇이든, 담담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묵묵히 길을 걸어가겠다는 다짐은 만개한 꽃이 되어 문을 수놓는다. 

[2. 민화]

예술은 작가에게 기쁨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시련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천연염색의 고된 작업에 어깨와 팔이 망가지고 작가는 수 차례 수술을 겪는다.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없어 한 순간에 쓸모 없는 존재가 된 듯한 그 때, 작가는 우연한 기회로 민화 民畵를 만난다. 민화는 ‘다시 창작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고, 작가는 죽게 되었다가 되살아난 자아의 再生을 경험한다. 

[3. 채움과 비움] 

이 공간에서 작가는 낡은 것의 물성을 재생시키고 마침내 존재의 가치를 끄집어낸다.
작품의 이야기는 시모의 모친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의 시모는 그의 모친이 직접 짠 모시 천을 보따리 채 평생 간직해오다가 수년 전, 심각한 수해를 만난다. 망가진 천을 버릴 수 없었던 시모는 작가를 찾았고,  이 천은 작가의 몫이 된다. 묶인 채로 펴보지 않고 시모가 평생을 애지중지했던 천은 여러 차례 정련의 과정을 거친다. 삶아서 흙물을 빼고, 상한 부분을 잘라내고,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천연염색으로 각기 다른 색을 입힌다. 색과 함께 새로운 생명을 얻은 천은 그러나, 이내 장롱 구석에 자리하고 작가의 마음 한 켠 짐이 되어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문다. 

몇 해 전, 시모를 떠나 보낸 작가는 이 천을 다시 꺼내어본다. 모시 천의 재생再生을 위해 몇 차례의 정련 과정이 필요했던 것처럼, 작가의 인생에 정련이 필요한 순간을 직면하고 ‘채움과 비움’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모시 천은 바탕이 되고, 이 위에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적 요소, 기물이 등장한다.
망가진 모시 천이 다시 태어나는 일련의 과정은 끊임없이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의 인생과도 같다. 그 위에 더해진 기물은 과거와 현재, 채움과 비움의 연결고리가 된다. 

곱던 천은 피고 바래졌지만, 정련과 염색을 통해 마침내 더 많은 빛깔을 품게 된다. 밥그릇부터

문화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모시 천 위에 자리한 기물들은 이 빛깔 위에서 그가 지닌 본래의 일반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그 어떤 것도 채우고, 또 다시 비울 수 있는 새로운 무대가 된다. 

작가는 이어지는 지하 공간의 전시를 통해 채움과 비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전할 수 있기

를 기대한다.